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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밤 10시쯤이면 동네에 치킨 냄새가 진동을 한다. “하루 세끼 다 챙겨먹으면서 운동은 안 하고 사무실에 앉아서 업무만 보고 있으면 살이 찔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사실 체중 증가의 주요 원인은 간식과 야식 그리고 회식이다. 나는 군사 훈련 받으며 체중을 11kg 정도 감량했는데, 아직까지는 잘 유지하고 있다. 으레 아침은 거르던 식습관을 고쳐 조금씩이라도 매끼를 제때 챙겨먹는다. 평일에는 간식과 야식을 먹지 않는다. 술자리에서는 소주를 마시며 안주로 맥주를 마신다(응?).

출근 3일차. 정보처 보안과의 준위가 와서 보안교육을 했다. 수업 초반 내내 졸다가 질문 역공 받고 어물어물. 대체 정교대에서 뭘 배우고 온 거냐는 공격을 받고 이후 바짝 엎드려서 굽실굽실. 일단 보안과에 찍혀서 좋을 게 없고, 더군다나 나는 보안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정보 장교 아닌가. 정보과에 신임 소위들 이거 안 되겠단 한 마디만 들어가도…….

교육 끝난 후 정보처 정보 장교들 및 타 전대 정보특기 부사관들과 팀을 이뤄 수송대와 친선 축구 경이 한 판 붙었다. 보안규정 숙지도 평가도 통과했고 하니 축구 ‘잘 하면’ 야근 없다는 말에 신나서 달려갔지만, 아 나 같은 운동치에겐 차라리 야근이 편해. 수비를 맡았지만 수송대의 날아다니는 병사들을 이 골골대는 사후 출신 장교가 막아낼 수 있을 리 없지. 결과는 7대 5 패.

그래도 야근은 빼줬다. 잠깐 수면 보충 좀 하고 충주 터미널에 있는 롯데마트로 가서 청소 도구들을 이것저것 사왔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결전. 대체 이 아파트는, 입주 이래 단 한 번도 청소란 걸 안 한 걸까.

폼페이우스의 해적 소탕식 청소 전략. 일단 구역을 나누고 한 구역 한 구역 청정 구역으로 정리 해 나간다. 전체를 깨끗이 만들려면 한 달쯤 걸리겠지만, 일단 내 방부터 시작. 발코니에 쌓여있는 쓰레기들(세면도구 가방, 구멍 뚫린 방충망, 읽을 수 없는 서체로 쓰인 글이 담긴 액자, 에어컨처럼 생긴 선풍기, 곰팡이 핀 대나무 장판, 각종 나무판자 등등)을 모조리 내버렸다. 그리고 그 밑에서 등장한 무수한 벌레들을 쓸어 담아 버렸고. 방 안도 침대 아래 먼지까지 모두 쓸었다. 또 벌레들의 무덤, 전등갓(난 장차 내 집을 마련하게 되면 절대 밀폐형이나 입이 위로 뚫린 컵형의 전등갓은 쓰지 않을 거다)도 청소했다. 스펀지 밀대 걸레도 사왔지만, 이미 물청소까지 할 여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건 또 다음 야근 없는 날을 기약할 수밖에. 그래도 먼지와 벌레 시체들만 제거 한 것으로도 한결 청결하게 느껴진다.

숙소는 두 사람이 같이 쓴다. 선임의 배려로, 나는 이번에 함께 전입하게 된 정보처 동기와 같이 숙소를 쓰게 되었다. 방은 두 개로, 큰 것과 작은 것이 있는데 나는 작은 방을 골랐다. 나이 한 살 많은 형을 위한 배려로 본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내가 일부러 작은 방을 선택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째, 큰 방에는 보일러 조작 패널이 있다. 프라이버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갑자기 누가 방문을 노크하며 ‘어, 미안. 보일러 좀 켜자’ 이런 상황은 절대 맞이하고 싶지 않다. 반면 내가 그런 실례를 하는 것은 뭐 어쩔 수 없지.

둘 째, 이전에 살던 사람이 사용하던 인터넷이 아직 안 끊겼는데, 그 회선이 작은 방으로 들어온다. 어차피 공유기를 달아버렸지만, 일단 유선을 확보 해 두는 것은 좋다.

셋 째, 이 작은 방에는 발코니가 있다. 발코니의 존재는 여러모로 유용하다. 빛도 잘 들고, 3년 생활할 지도 모르는데 작은 화분들도 갖다 놓을 수 있고, 또 에어컨을 설치하게 되면 실외기를 둘 수도 있다. 지금은 발코니 상태가 엉망이지만, 조만간 완벽한 상태로 청소를 해 놓을 생각이다.

조금씩 내 생활공간으로 만들어 나가야지.

덧. 정보처 사무실에 에어컨이 들어왔다. 이건 정말 대박. 내가 전입 하자마자 사무실에 에어컨이 들어오다니, 이런 うまい話が! 아직 실외기 설치는 안 했지만 조만간 찜통 사무실과는 작별할 듯하다.

2010/07/29 00:26 2010/07/29 0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