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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젠가 이런 일이 다시 한 번 있을 것이라고, 그대는 예감하고 있었다. 사람의 인생은 짧지 않고, 그대는 아직 젊었으니까. 7월의 강렬한 햇살에 그대의 명랑하던 낯빛이 쇠하여 우울해지고, 걸어갈 수 있을 것처럼 평평한 수면 아래로 거세게 휘도는 소용돌이를 감추어 두었다가, 그대가 오늘 목을 맬 나뭇가지를 찾아 떠나면 사람들은 내일에 가서야 그대에게 심병(心病)이 있었음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 그대 인생의 방관자를 한 사람 세워두고서 그대 가슴을 갈라 병든 마음을 꺼내 하늘 높이 쳐들고 미친 듯이 춤을 추어라. 이윽고 다 짓물러 악취 나는 그것을 내 발 아래에 내려놓고서, 그대는 때마침 내리는 비에 차갑게 식어가는 저 땅으로 돌아가라. 그러면 나는 한 장의 흰 종이가 되어, 그대가 버리고 간 것을 감싸 함께 불타버리리라.

2.

어제 주문한 논어 한 질이 도착했다. 중학생 시절, 아버지가 도올 김용옥 교수에게서 얻어다 준 ‘도올 논어’의 속지에는, 교수님 친필로 이런 글귀가 적혀있었다. “논어는 최소한 백독은 해야 한다.” 부끄럽게도 나는 백독은커녕 삼독도 하지 못 했다. 게다가 이렇게 한 구절 한 구절을 원문으로 읽어 나가는 시도는 처음이다. 오늘 받은 책 첫 머리에는 공자의 생애가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었다. 그것을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사람들은 자기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거나, 어떤 일을 하고 싶다고 말로만 떠들다가, 너무 자주 떠든 나머지 결국에는 자기가 정말 그런 사람이고, 그런 일을 했다고 믿어버리게 되는 것 같다. 가슴에 품고 죽은 웅대한 꿈으로 평가 받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오직 실천을 통해 무언가를 이룰 수 있고, 그 업적을 가지고서만 평가를 받는다. 날카로운 역사의 펜 끝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성실한 사람뿐!

2012/07/11 01:27 2012/07/11 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