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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은 주말을 보냈는데. 휴가지에서 돌아오는 사람들로 꽉 막힌 영동고속도로를 기어가다 피곤해져서 찾은, 사람들로 들어차 주차 공간도 없는 휴게소에서, 탐앤탐스 커피와 다코야키의 이상한 조합으로 허기를 달래며 주말 귀경길 정체에 시달리는 직장인 기분도 맛보고…….

토요일에는 오랜만에 김선민군을 만났다. 이번에는 으레 둘이 만나면 찾아가는 딘타이펑 대신 인도 음식을 먹으려 했으나 대기자가 너무 많아 결국 돈가스로 만족해야 했다. 교보문고에 들러 책 구경도 좀 하다 ‘미모의 역사’라는 책 한 권 구입.

일요일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구모영이 지휘하는 충남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베토벤 8번을 들었다. 아, 황홀한 시간이었다. 구모영 지휘자, 참 멋있게 지휘하더군. 정작 말러 연주 때는 지휘자의 지휘를 제대로 볼 여유가 없어서(지금은 있냐 하면 웃을 뿐) 몰랐는데.

자세한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느지막이 충주 숙소로 돌아와 이것저것 할 일 좀 하고 개운하게 샤워하고 났더니 이 시간. 내일도 아침 6시까지 출근인고로, 오늘은 이만 줄이고, 추후에 여유가 된다면 오랜만에 연주회 리뷰나 써보도록 하겠다.

2010/08/09 00:55 2010/08/09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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保安?育を受けた。これで自習を含め四回目の保安?育で、情報?校にどれだけ保安が?調されているかがよくわかる。19飛行?は保安はたしかのよう、前回の保安監事のとき保安規定違反の事例は??されなかったみたいだ。まあ、?部の保安課がうまく先手を打ったせいかもしらないけれど。聞くには、前の保安課長はかなり?しいひとで、少?憎まれるキャラだったとか。その分、仕事はしっかりしたようだけれど。

今日も?わらず朝の6時に出勤して、夜の9時になってからやっと解放された。最近西海での韓?軍の訓練に?して北朝鮮の反?がなかなかいぶかしいので、今週の週末に掛けて、非常待機が?令された。部署の8割以上の人員は非常事態?生の時、最長2時間以?に部隊に?還できるように待機していなければならない。危うく週末に?家に?られなくなるところだったが、俺は車をもっていて、走れば?家から1時間半で?還できると言って、?ってもいいと許可を得た。

ちょっとは休もう、週末にだけでも。

軍で俺と知り合った人?はたぶん信じないだろうが、俺は生まれつきの能力と誠?さで、どこに行っても誰からでも立派な人材として認められてしまう人間だ。自分の仕事だと認めてしまえば、好?に?係なく頑張る。人?から?められることや認められることはたしかに甲斐もあるしうれしいことだが、時??力を浪費していると思われるのはやむを得ない。頑張ってなんになろう。ただ精一杯生きることに何の意味があるのだろう。

で、せめて、誰からでも侵害されない、自分だけの領域を守りたいのだ。俺の見るに、心に?ち足りるもののみを育てる、?者の庭園を。

シュ?ベルトの未完成を聞いている。この曲は美しい。完結だけが人生で追求する目標ではないはず。

2010/08/05 22:49 2010/08/0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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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6時出勤、夜9時退勤。結構?しい日程だ。いまだ特に仕事らしい仕事はやってないが、下らない文書を作成したり(今日、軍のイントラネットにはじめて自分の名前で文章を?せた)、?長への報告書を出力するなど、いわゆる?務をやらされている。これからどんどんいろんな責務を?ってもらい、そのたびに責任も重大になっていくだろう。どう考えるといまのうちが?な時間なのかも知れない。

梅雨が開けたとたんにこの蒸し暑さ。韓?の夏も結構辛いものだ。電波の受信もできないバンカ?から?へもどり、シャワ?浴びて、すっきりした?態で冷たい牛乳を?みながら音?を聞く。?が疲れているせいか、力あふれる曲が聞きたい。ヘンデルのメシアはピッタリだ。

わざわざ?家からAKGのヘットフォンを持ってきたものの、ク?ラもない部屋ではこれを掛けていると暑くてかなわない。しょうがなく、同じくAKG社の製品ではあるが、安物のイヤフォンを使っている。けれどこれもそこそこ?くはない。のちにまたつかえるスピ?カ?を購入しようかと思っている。?日夜勤ばかりしていると金を使う機?もなく、給料はたまるばかり。未?のための貯蓄もいいが、人間は常に今日を生きる存在。一日でも?しく過ごせるように、ほしくて必要な品を買うには金を使うべき。

あした頑張れば明後日には?家に?る。週末には久?の音??が待っている。今日を?しんで、またあしたを期待する。それができれば人生十分すばらしい。

2010/08/04 23:32 2010/08/0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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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처 주관 신임 장교 부대 생활 적응 교육은 오늘로 끝이 났다. 즉, 행복은 끝났다는 거다. 꿀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제대로 빨아줬다. 주임원사실에서 숙면. 중회의실에서 숙면. DVD 시청하면서 마지막으로 숙면…….

22:00시 퇴근, 06:00시 출근. 서럽다. 앞으로 한 달 간은 이런 날이 부지기수 일 것이다. 8월 정보비를 못 받는 줄 알았는데, 이월 되어서 9월에 두 달 분을 수령하게 된다고 한다. 반가운 소리로군. 그밖에 위탁교육여비와 식비가 들어왔다. 17만 원 정도 된다. 물론 이번 달에는 출퇴근 시간 등을 고려해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신청 해놨기 때문에, 식비보조비는 고스란히 반납해야 할 거다. 좀 적응이 되면 아침은 시리얼로, 저녁은 손수 차려서 해결해야지.

운동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체중 감량은 언감생심, 그나마 식사량을 조절해서 체중이 늘지는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술 마셔도 안주 못 먹는 설움이라니.

인터넷 검색을 통해 충주 시내, 부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바이올린 교습소가 있음을 알아냈다. 상호명만 검색되는 거라서 아무런 정보가 없지만, 근일 내 혹 야근이 없는 날이 있다면(글쎄, 있을까?) 한 번 방문 해 볼까 한다. 너무 형편없는 곳이면 주말에 서울에서 개인 레슨을 받아야지.

어제 연주회 예약을 했는데, 날짜를 착각해서 이번 주말이 아닌 다음 주말 연주회를 예약하고 말았다. 그건 그것대로 놔두고, 이번 주 연주회를 하나 더 예약할 생각인데(아무튼 관람비가 겨우 15,000원이니까!), 일요일 연주 때 구모영의 지휘로 베토벤 교향곡 8번이 연주된다고 한다. 지휘자 구모영은 내가 유포니아 첫 연주회 섰을 때, 말러를 지휘하신 그분! 프로필을 보니 현재 인천교향악단 부지휘자로 있단다. 프로그램적으로는 베토벤 8번이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도 있고 하니까 보러갈까 생각 중. 일요일 저녁 공연이라 관람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충주까지 운전 해 내려와야 한다는 게 가장 큰 부담요인이다.

글 쓰고 있는 게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마무리가 안 되네.

스킨은 당분간 수정 할 시간이 없을 듯 하여, 회귀.

2010/08/02 23:04 2010/08/02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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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포니아 캠프에 놀러갔다. 도착한 게 새벽 1시 반. 여름 성수기라 이 ‘누추한’ 리조트에도 꽤 사람들이 많이 묵고 있는 듯, 지하 주차장에 주차 공간이 없었다. 이럴 때 마티즈의 ‘사이즈’가 빛을 발하지. 거대한 SUV 두 대 사이, 주차장 시멘트 기둥 뒤편 좁은 공간에 살며시 주차. 마티즈는 가능하다.

보통 캠프는 월요일에 시작해서 토요일 아침 해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캠프는 일정이 이상하게 잡혀서 금요일에 시작하여 다음 주 수요일에 끝난다. 주말이 낀 덕분에 내가 놀러갈 기회도 생겼지만. 그리고 교회 나가야 하는 사람이 많아서 일요일 오전 연습은 생략. 덕분에 부담 없는 분위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늦게까지, 아니 이른 아침까지? 술 마시며 잘들 놀았다.

난 선물로 군납용 면세주 스카치 블루와 J&B를 사갔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깨어있을 줄 알았더라면 몇 병 더 들고 갔을 텐데.

술 못 먹겠다. 안주도 안 든 빈속에 소주와 설중매를 들이붓고 거기에 스카치를 스트레이트로 마셨으니 무리를 안 한 것도 아니지만, 수개월 알코올 청정 상태였던 때문인지 아침에 꽤 힘들었다.

연습 부담이 없는 나는 늦게까지 자다가, 오후 생상스 연습 때 연습실로 내려가서 참관을 했다. 지휘자 선생님도 계시니까 다리도 꼬지 않고 나름 바른 자세로 관람. 여느 공연 볼 때보다도 진지하게 봤다.

오케스트라의 튜닝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자동차 마니아들이 엔진 시동 거는 소리에 가슴 두근거리는 것과 비슷하달까. 공연이 끝났을 때 느껴지는 벅찬 감동을 경험하기 위해서 만큼이나, 공연 시작 전 오케스트라 튜닝 순간의 설렘을 느끼기 위해 공연장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연습 때 튜닝은 훨씬 귀엽고 재밌다. 관악기들은 어쩔 때는 음이 잘 맞춰져서 튜닝에 몇 분씩 걸리기도 한다. 악장이 악기 별로 친절히 튜닝을 해 준다. 원래 오케스트라 튜닝 시에는 오보에로부터 A를 받아 관을 먼저 튜닝, 그다음에 현을 튜닝한다. 일일이 클라리넷, 트럼펫, 호른 등등을 지적해서 맞춰주거나 하지 않는다.

튜닝이 끝나면 연습 시작이다. 지휘자 선생님이 지휘봉을 들어 올리면(근데 지휘봉을 썼던가?) 단원들도 일제히 악기를 들어올린다. 그 일사 분란함이 좋다. 첫 타점을 찍기 전까지의 정적. 그 적막이 또한 무지 매력적이다.

음악을 만든다는 건 정말 아름다운 작업이다. 음악은 작곡가의 머릿속에 존재했다. 오케스트라의 역할은 그저 악보에 적힌 지시를 충실히 따르는 것이 아니라, 악보를 ‘참고’하여 작곡가의 머릿속에 들어있었을 그 음악을 가능한 한 재현 해 보는 것이다. 그 음악은 다시 지휘자의 머릿속에 있고, 오랜 기간 연습을 통해 단원들의 머리와 가슴에도 전달이 된다.

생상스 3번. 참 좋더라. 그 뛰어난 능력, 그리고 그가 남긴 많은 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는 매우 낮은 생상스. 생상스는 5곡의 교향곡을 썼는데, 3번을 제외한 곡들은 거의 연주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가장 인기가 있는 3번은 부제인 ‘오르간’만 봐도 알 수 있듯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있어야만 연주를 할 수 있는데, 국내에는 그런 연주 환경이 거의 없다. 예당에도 파이프 오르간이 없어서 전자 오르간을 놓고 쓸 지경이니. 세종에는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왜 몰랐지. 아무튼 ‘오르간 교향곡’이라고 부르는 것은 좀 과장이다 싶긴 해도 그만큼 오르간의 임팩트는 강하다. ‘오르간 필수’ 딱지가 붙었으니, 좀처럼 쉽게 공연이 될 수가 없지.

생상스 3번은 엄밀히 말하면 4악장 구성이 아니라 2파트 구성이다. 그러나 2파트가 각각 2개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결국 4개의 부분이 일반적인 4악장짜리 교향곡의 각 악장과 비슷해서 그냥 각 부분을 악장으로 부르는 경우도 많다.

두 시간 정도에 전 악장 연습을 다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난 세컨드 바이올린 파트보를 받아 참고하며 들었다.

정말 연주를 하고 싶은 마음이 억누를 길 없을 만큼 솟구쳤다.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어. OJT고 야근이고 뭐고 간에 바이올린 레슨 선생님부터 물색 해 봐야겠다. 여건상 내가 유포니아에서 다시 연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러나 ‘기회’란 어느 정도 내가 만드는 것이기도 하니까, 내가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은 준비해야지. 언제 어느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연습 구경을 마치고 다시 차를 달려 충주의 숙소로 돌아왔다. 늦은 저녁을 먹고 상쾌하게 샤워를 마치고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적당한 공연을 물색한다. 마침 이번 달에는 가족음악축제라는 기획 공연이 매주 주말마다 열린다. 코리안 심포니, 수원 시향 등 괜찮은 단체들의 연주를 단돈 15,000원에 관람할 수 있는 기회. 이걸 마다해서 되겠나. 토요일 프로그램은 시벨리우스 2번이 메인. 일요일 프로그램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셰헤라자데가 메인이다. 어느 쪽도 다 듣고 싶지만, 이번에는 시벨리우스로 결정. 한 주를 즐겁고 활기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블로그 스킨을 바꿨다. 커스터마이징을 안 해서 메뉴 구성이 엉망인데, 수정을 해야 하지만 귀찮아서……. 조만간 손을

2010/08/02 00:00 2010/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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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일 없는 나날. 신임 장교 부대 적응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준 인사처에는 정말 감사. 덕분에 오전 오후 시간은…….

그래도 피할 수 없었던 야근. 말이 야근이지, 아직도 보안규정책자 펼쳐놓고 읽고 있다. 눈은 활자를 따라 굴리고 있지만 정신은 이미 저 멀리 아득히. 군대는 군대인지라 비밀취급인가를 위한 테스트와 보안과 주관 실습 교육도 모자라 다시 또 시험을 본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해도 모자라. 막상 나한테 비밀 하나 던져주고 장부 정리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 한 번 제대로 혼나봐야 정신을 차리겠지.

오늘 교육 때는 기안문, 업무보고, 붙임 문건 작성 실습을 했다. 문서 작성에 대해 공포를 갖고 있었지만, 막상 열어보니 모든 문서는 이미 서식이 다 마련되어 있고, 지금까지 작성된 무수한 문서들이 아름다운 예제로 보관되어 있다. 몇 번 지적 받고 혼나는 건 피할 수 없겠지만, 익숙해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진 않다.

2010/07/29 23:35 2010/07/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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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밤 10시쯤이면 동네에 치킨 냄새가 진동을 한다. “하루 세끼 다 챙겨먹으면서 운동은 안 하고 사무실에 앉아서 업무만 보고 있으면 살이 찔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사실 체중 증가의 주요 원인은 간식과 야식 그리고 회식이다. 나는 군사 훈련 받으며 체중을 11kg 정도 감량했는데, 아직까지는 잘 유지하고 있다. 으레 아침은 거르던 식습관을 고쳐 조금씩이라도 매끼를 제때 챙겨먹는다. 평일에는 간식과 야식을 먹지 않는다. 술자리에서는 소주를 마시며 안주로 맥주를 마신다(응?).

출근 3일차. 정보처 보안과의 준위가 와서 보안교육을 했다. 수업 초반 내내 졸다가 질문 역공 받고 어물어물. 대체 정교대에서 뭘 배우고 온 거냐는 공격을 받고 이후 바짝 엎드려서 굽실굽실. 일단 보안과에 찍혀서 좋을 게 없고, 더군다나 나는 보안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정보 장교 아닌가. 정보과에 신임 소위들 이거 안 되겠단 한 마디만 들어가도…….

교육 끝난 후 정보처 정보 장교들 및 타 전대 정보특기 부사관들과 팀을 이뤄 수송대와 친선 축구 경이 한 판 붙었다. 보안규정 숙지도 평가도 통과했고 하니 축구 ‘잘 하면’ 야근 없다는 말에 신나서 달려갔지만, 아 나 같은 운동치에겐 차라리 야근이 편해. 수비를 맡았지만 수송대의 날아다니는 병사들을 이 골골대는 사후 출신 장교가 막아낼 수 있을 리 없지. 결과는 7대 5 패.

그래도 야근은 빼줬다. 잠깐 수면 보충 좀 하고 충주 터미널에 있는 롯데마트로 가서 청소 도구들을 이것저것 사왔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결전. 대체 이 아파트는, 입주 이래 단 한 번도 청소란 걸 안 한 걸까.

폼페이우스의 해적 소탕식 청소 전략. 일단 구역을 나누고 한 구역 한 구역 청정 구역으로 정리 해 나간다. 전체를 깨끗이 만들려면 한 달쯤 걸리겠지만, 일단 내 방부터 시작. 발코니에 쌓여있는 쓰레기들(세면도구 가방, 구멍 뚫린 방충망, 읽을 수 없는 서체로 쓰인 글이 담긴 액자, 에어컨처럼 생긴 선풍기, 곰팡이 핀 대나무 장판, 각종 나무판자 등등)을 모조리 내버렸다. 그리고 그 밑에서 등장한 무수한 벌레들을 쓸어 담아 버렸고. 방 안도 침대 아래 먼지까지 모두 쓸었다. 또 벌레들의 무덤, 전등갓(난 장차 내 집을 마련하게 되면 절대 밀폐형이나 입이 위로 뚫린 컵형의 전등갓은 쓰지 않을 거다)도 청소했다. 스펀지 밀대 걸레도 사왔지만, 이미 물청소까지 할 여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건 또 다음 야근 없는 날을 기약할 수밖에. 그래도 먼지와 벌레 시체들만 제거 한 것으로도 한결 청결하게 느껴진다.

숙소는 두 사람이 같이 쓴다. 선임의 배려로, 나는 이번에 함께 전입하게 된 정보처 동기와 같이 숙소를 쓰게 되었다. 방은 두 개로, 큰 것과 작은 것이 있는데 나는 작은 방을 골랐다. 나이 한 살 많은 형을 위한 배려로 본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내가 일부러 작은 방을 선택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째, 큰 방에는 보일러 조작 패널이 있다. 프라이버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갑자기 누가 방문을 노크하며 ‘어, 미안. 보일러 좀 켜자’ 이런 상황은 절대 맞이하고 싶지 않다. 반면 내가 그런 실례를 하는 것은 뭐 어쩔 수 없지.

둘 째, 이전에 살던 사람이 사용하던 인터넷이 아직 안 끊겼는데, 그 회선이 작은 방으로 들어온다. 어차피 공유기를 달아버렸지만, 일단 유선을 확보 해 두는 것은 좋다.

셋 째, 이 작은 방에는 발코니가 있다. 발코니의 존재는 여러모로 유용하다. 빛도 잘 들고, 3년 생활할 지도 모르는데 작은 화분들도 갖다 놓을 수 있고, 또 에어컨을 설치하게 되면 실외기를 둘 수도 있다. 지금은 발코니 상태가 엉망이지만, 조만간 완벽한 상태로 청소를 해 놓을 생각이다.

조금씩 내 생활공간으로 만들어 나가야지.

덧. 정보처 사무실에 에어컨이 들어왔다. 이건 정말 대박. 내가 전입 하자마자 사무실에 에어컨이 들어오다니, 이런 うまい話が! 아직 실외기 설치는 안 했지만 조만간 찜통 사무실과는 작별할 듯하다.

2010/07/29 00:26 2010/07/2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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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2일차. 그리고 바로 야근 돌입. 신임 소위는 근무 배속을 받으면 약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직무 훈련을 받는다. 이걸 OJT(On the Job Training)라고 하는데, 매일 밤늦게까지 일정이 짜여 있다. 그나마 야간 교육은 시간 외 근무로 인정이 돼서 수당을 받으니 다행이지만.

오전, 오후에는 OJT와 별도로 인사처에서 주관하는 신임 장교 부대 생활 적응 교육이 있었다. 교육이래 봤자 오전에는 병들과 함께 간략히 부대 소개 듣고 이후 남는 시간에는 선배님과 잡담. 오후에는 감찰실에 내려가 매우 압축적인 안전교육을 받았다. 내가 새겨들어야 했던 부분은 부대 내 차량 운행 수칙이었는데, 비행단 안에서는 일단 시속 40km가 정격 속도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사회에서라면 깔끔히 무시했을 ‘일단 정지’ 사인을 반드시 지켜야한다는 것. 또 대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다녀야 한다. 이런 규정 무시했다가는 헌병에게든 감찰관에게든 걸려 자칫 군기교육대로 끌려가는 수가 있다.

장교 식당은 매우 훌륭하다. 시설도 깔끔하고 무엇보다 밥이 맛있다. 그렇다고 매끼를 여기서 해결하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OJT 기간 동안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 가까운 장교 식당에서 해결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서 식비는 나중에 월급에서 공제되는데, 하루 식비가 7,000원 가량이니 한 달 기준으로 식비도 상당할 듯하다. 교육 끝나고 여유가 좀 생기면 도시락 싸는 것도 고려 해 봐야겠다.

감찰실 안전 교육이 끝난 후 사무실로 복귀하여 보안규정 공부에 돌입. 정보장교로서 비밀취급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보안규정 숙지도 평가를 봐서 8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오픈 북 테스트이지만 25문제 기준 45분의 제한시간이 있어서 생각보다 고득점이 어렵다. 더군다나 정보 장교이니만큼 90점을 넘기라는 선임의 압박이 있어서……. 그러나 필살의 꼼수를 사용 해 결국은 96점으로 마무리. 오늘 야근은 보안규정 평가로 때웠다. 시험 하나 보고 일당 2만원 번 셈.

그러나 내일 또 인사처 주관으로 하루 종일 보안 교육을 받는다.

덧. 전입 이틀 차에 벌써 한 가지 실수 저질렀다. 표적담당 장교(내 선임) 찾아온 조종사를 ‘작지부(작전지휘부)’가 아닌 ‘지작과(지상작전상황실)’로 안내해버린 것. 군대 줄임말은 정말…….

덧2. 사무실은 정말 찜통. 오죽하면 **님이 **처로 피서를 가실까. 그런데 사무실에 에어컨이 설치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 과연?

2010/07/28 00:01 2010/07/2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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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edrich, Caspar David On the Sailing Boat 1819 Oil on Canvas The Hermitage, St. Petersburg

파도가 멎고 안개가 자욱한 이 순간, 다시 세찬 바람이 불어오기 전까지 짧은 조우의 순간에, 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오랜 시간 기다려왔는데…….

2010/07/27 00:53 2010/07/27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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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의 한산한 고속도로를 달려 1시간 반 만에 충주에 도착했다. 19비행단의 위치는 내비게이션에 표시되지 않아 길을 조금 헤매긴 했지만, 표지판에 의지해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입구에서 헌병들의 검문을 받았다.

“새로 부임하게 된 소위. 여기 신분증.”

방문 차량용 출입증을 받아 부대 안으로 들어섰다. 350만평 부지에 설립된 거대한 비행단. 그러나 그 대부분은 그저 벌판이다. 선임과 만나 숙소를 안내 받았다. 숙소의 첫 인상은 ‘시설이 꽤 좋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 인상은 ‘청소가 필요하겠다.’였다. 청결도가, 여태껏 내가 겪었던 그 어떤 곳보다도 불량했다. 아파트 형 건물. 거실에 방이 두 개 있고, 화장실 하나, 다용도실과 발코니가 하나씩 있다. 청소만 깔끔하게 하면 완벽한 숙소가 될 것 같았다. 요즘같이 찌는 날씨에 에어컨이 없는 것은 좀 치명적이지만. 조만간 대청소를 해야겠다.

7월 26일 월요일. 생애 첫 출근일. 노동과는 인연이 없을 것 같던, 아르바이트로라도 출근일랑 해 본 적이 없는 내가 ‘출근’을 하게 되다니. 6시에 기상해 미리 샤워를 하고 약복으로 갈아입었다. 오늘의 주요 일정은 비행단장님께 전입신고. 그리고 비행단 내 각 부처를 다니며 인사를 하는 것.

신고는 오전 9시 반쯤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너무 일찍 출근해버려서 이번에 19 비행단으로 근무 배속 받은 사관후보생 출신 장교 다섯 명이 인사처 사무실 책상에 둘러 앉아 시시한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때웠다. 단장님 주관 신고식이 끝나고부터는 여기저기 인사차 떠돌아 다녔는데, 계획실, 정훈실, 행정실, 중대본부, 인사처, 감찰실, 관리처, 정보통신 대대, 각 비행대대(실제 전투기를 운용하는 대대) 등 하도 이곳저곳을 정신없이 돌아다녀서 사람도, 건물도, 지리도 다 기억나지 않는다.

첫 출근이지만 이상하리만큼 긴장감이 없고 차분했다. 중위도 소령도 대령도 장군도 그저 스쳐지나가는 얼굴들이었을 뿐.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점점 두려움이 사라져간다. 그건 관심도 멀어져간다는 뜻일까.

첫 날인 만큼 야근은 없었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연수가 시작되는데, 앞으로 한 달 정도는 매일 야근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래도 방에 돌아오면 자유롭게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인터넷도 연결되어 있으니 세상과 단절을 느끼지는 않는다. 글쎄. 언제나 옆방으로 찾아가면 동기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때보다 홀로 방 안에 들어앉아 침묵 속에 컴퓨터로 웹 페이지 열어 재끼는 지금 더욱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는 가지고 있다. 성실한 사회인을 연기하는 것은, 내가 평생토록 해왔던 짓거리다. 언제고 연길랑 그만두고 싶어지는 때도 오겠지. 그렇다고 연기 없는 삶이 나의 본성에 충실한 솔직한 삶이라고 할 수만도 없을 거다. 애당초 나는 나의 본성이 무엇을 갈망하는지도 잘 알지 못 하니까. 삶을 지속하는 것에는 벌써 어느 정도 염증과 피로를 느끼고 있는데.

다행히 주말에는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2010/07/26 23:17 2010/07/26 23:17